야화 32화

4 210 0 2025.04.06

야화 32화

소택의 찬물 속에 뛰어 들어 민물고기를 잡아 아침을 해결하고 난 다음 수련에 들어갔다. 아옥이 수련하는 암기 수법은 옥으로 만들어진 7색 나비를 쳐내는 것이었다. 팔랑팔랑 하늘하늘 진짜 나비처럼 서서히 나르는가 하면 쏜살같이 날리기도 해야만 하는 것이다.

귀곡의 지하에서 옥 나비를 날리는 구결을 보았을 때, 나는 순간적으로 어검술(御劍術)의 구결이 이렇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던 것이다. 옥 나비를 기로 조종한다는 것은, 어찌 보면 염력(念力)으로 기를 조종하는 것이나 유사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옥은 양피지에 적힌 비급의 구결과, 내가 가르쳐 준 간단한 설명만을 듣고 제법 옥 나비를 날릴 줄 알게 되었고 신이나서 수련에 열중하고 있었다. 나는 대나무를 검처럼 깎아, 옥 나비를 날리 듯 날려 보았으나 허사였다.

생각을 바꾸어 대나무를 손바닥 크기로 잘라 옥 나비라 생각을 하고 날려 보았더니 옥 나비처럼 잘도 날았다. 결론은 기(氣)를 쏘아 내는 모양과 범위가 문제였던 것이다. 검처럼 가늘고 긴 사물을 어떻게 임의로 조종할 것이냐 하는 문제였다.

검에 비한다면 도끼는 사각으로 넓고 기를 조종하기가, 가느다랗고 긴 검 보다는 쉬울 것 같아서 여명부를 쏘아 내고 조종을 해 보았다. 도끼가 날았다. 여명부가 옥 나비처럼, 내가 조종하는데 따라 빠르게 느리게 임의로 날아 다녔다.

수련을 하던 아옥이 넋을 놓고 내가 수련하는 것을 지켜보고 있었다. 며칠 되지 않았지만 아옥을 조금씩 이해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멋 모르고 나에게 안겨 오더니, 그럴 때마다 내 남근이 요동 친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부터는 절대로 먼저 안겨 오는 법이 없었다.

내가 안아 주기만을 기다리고, 내가 안아 주면 한 마리의 백사처럼 칭칭 감겨 올망정 자기 스스로 안겨 오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내가 말을 해 주기 전에는 절대로 나에 대해서 물어 오지 않았다. 매사에 그러했다. 전폭적인 신뢰가 없고는 할 수 없는 행동이었다.

나에게 이미 두 여인이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내가 입을 열 때까지는 절대로 물어 올 여인이 아니란 것을 알았다. 왜라는 질문이 없고, 모든 것을 나에게 맡기고 수용하는 태도로 일관했다. 손 안에서 여명부가 튀어 나오지만, 여명부를 들고 다닌 적이 없는 나였다. 그렇다면 여명부가 어디서 어떻게 튀어 나오는 지 궁금할 것인데도 일체 질문을 하지 않는다. 나는 그런 아옥이 좋았다.

"뭘 하고 있소... 옥매도 옥 나비를 날려야지"

이것 보란 듯이 하늘하늘 옥 나비를 날리고 있는데, 진짜 나비인줄 알고 산비둘기가 옥 나비를 물어 왔다. 옥 나비가 반전을 하더니 산비둘기를 반대로 공격하였고, 옥 나비를 잡으려던 비둘기가 땅으로 떨어졌다. 다른 때 같았으면 손뼉을 치고 칭찬을 해 줘야 할 내가, 반대로 아옥을 야단쳤다.

"쯧... 아옥! 무슨 짓이오?..." "?....."

"앗... 미안하오... 그러나 말이오, 야생에서 짐승들은 재미로 남의 생명을 해치는 법은 없소... 배고플 때 이외에는 사냥을 하지 않소... 그런데 인간들은 재미로 사냥을 하고, 자기 힘을 과시하기 위해 남의 생명을 빼앗고 있소"

"알아 들었어요... 미쳐 거기까지는 생각을 못 했어요"

"하하... 점심을 가볍게 먹기 위해서는, 산 비둘기 한 마리를 더 잡아야만 하겠는데 잡아 주겠소?"

웬만한 여인이라면 삐칠 만도 한데, 선선히 또 한 마리의 산 비둘기를 옥 나비로 잡았다. 이번에는 나도 손뼉을 쳐 주며 잘 했다고 칭찬을 하였다. 산 비둘기의 맛은 토끼 고기와는 또 다르다. 처음 먹어 본 산 비둘기 맛에 반한 모양이었다.

"도끼 대신 산 비둘기만 잡아 먹으면 안 될까요?"

"안될 것이 뭐요?... 아침에는 생선구이만 먹자고 하더니..."

"그러고 보니, 오라버니의 요리 솜씨가 대단해서 모든 요리가 맛 있는 것 같아요"

"나는 아옥의 순수한 영혼이 너무 맛이 있다오" "피이...."

"내가 잠깐 아옥을 야단 친 것은, 인과의 무서움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기 때문이라오... 지금 말해 주기는 시기상조라서 입을 다물고 있지만, 내 이야기를 모두 듣고 나면 인과의 무서움을 알게 될 것이며, 왜 내가 아옥을 야단쳤는지 이해하게 될 것이오"

"나와도 관련이 된 이야기 같은데, 나는 나와 오라버니의 관계 이외에는 관심이 없어요... 오라버니의 마음이 변치 않고, 지금처럼만 나를 사랑해 준다면, 나는 더 이상 다른 것은 바라지도 않아요"

"나 역시 마찬가지라오... 아옥이 지금처럼 순수한 영혼을 유지하는 한, 나는 아옥을 언제나 지금처럼 사랑 할 것이오... 내가 오늘 소택 안에 물고기를 잡으려고 들어 갔다가 무엇을 찾아 냈는지 알겠소"

"?...."

"아옥은 어느 정도 헤엄을 칠 줄 아시오?"

"물에 빠져 죽지 않을 정도는요"

"그럼, 소택(沼澤) 안으로 나를 따라 들어 와 보겠소"

30장 가까이 되는 높이에서 쏟아져 내린 폭포수는 제법 넓은 소택을 형성하고 있었다. 10월 중순이라고는 하지만 찬 물 속에 들어가기에는 늦은 시기이다. 그러나 한서를 모르는 이들에게는 문제 될 것이 없었다. 물 속으로 뛰어 들어 깊이 잠수 해 갔다.

다시 물 밖으로 얼굴을 내민 아옥의 얼굴은 상기 되어 있었다. 놀라도 많이 놀란 모양이었다... 그러한 그녀를 데리고 물 밖으로 나왔다, 물에서 막 건져 올린 인어 같았다. 방망이가 불끈불끈 일어나기 시작했다. 요즘에는 남자의 생리를 이해하게 된 아옥이었다. 그냥 빙그레 웃고만 있었다.

"옥매는 어떻게 생각하오?"

"어떻게 생각을 하다니요... 이 곳으로 안내한 것은 나지만, 주인은 오라버니가 아닌가요"

"하하... 욕심이 없구려"

"오라버니 한 사람으로 중분해요... 그리고 오라버니 것이 모두 우리들 것이 아닌가요?"

"우리들이라고 했소?... 그 우리들이란 누구를 말 하는 것이오?"

"오라버니와 두 언니들, 그리고 나하고 넷이오... 아니면 또 다른 우리가 있나요?"

"하하... 되었소... 오늘 밤에는 무림의 숨은 이야기를 들려 주리다. 우리 네 사람만 아는 이야기라오"

"재미 있을 것 같아요...지금부터 가슴이 두근거려요"

"이 골짜기를 어떤 사람이 선점하고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그 사람도 소택의 밑바닥에 그 많은 사금이 깔려 있으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을 것이오... 백 년 이상 쌓인 사금은 우리들이 천년을 써도 다 쓰지 못할 정도일 것이오. 그러나 그 많은 금 덩어리도 한 마리의 물고기만 못하다는 것을 생각해 보았소?"

"말을 듣고 보니 그렇네요... 오라버님은 그냥 묻어 둘 생각이로군요"

"그 많은 것을 꺼내서 어디에다 어떻게 보관을 할 셈이오... 도둑이나 꼬일 것이고, 도둑 맞지 않고 지키려고 전전긍긍할 것 아니겠소?... 우리에게 얼마나 필요한가를 먼저 생각해 보시오"

"호호... 사냥을 해서 두 끼만 먹어도 배고프지 않을 것이고, 배가 고프면 물 속 깊이 들어 가느니 차라리 남의 품 안을 뒤지면 한 끼를 먹을 수 있는 금화는 언제든지 얻을 수 있다는 말이군요"

"하하... 옥매는 가끔 남의 품안을 뒤지는 버릇이 있는 모양이구려"

"호호 호호... 아무나 뒤지지 않아요... 번드르르하게 차려 입고 거만을 떠는 사람을 보면, 저절로 손이 나가는 것을 어떻게 하겠어요"

"안 되겠소... 번드르르한 옥매의 나신을 보고 있자니 뻔뻔한 놈이 다시 요동을 치기 시작 했소... 동굴 안으로 들어 갑시다"

"호호 호호 호... 간지럽단 말이에요... 왜 않던 짓을 하고 그래요... 호호 호호 호..."

"않던 짓을 하고 새로운 시도를 해야 발전이 있는 것 아니겠소... 낄 낄 낄..."

"아이 아이... 거기는, 거기는 만지지 말아요... 아이, 아이... 거기는...거기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