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화 34화
야화 34화
"어떻소? 얽히고설킨 인과라는 것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조금이라도 알 것 같소?"
"그럼 귀곡을 찾아 왔던 사고라는 분은..."
"그렇소...천면신공으로 얼굴을 바꾼 공주였소"
"그런데 공주나 오라버님은 왜 나를 선택한 것이지요?"
"심안이 열린 우리들은 순수한 아옥의 영혼을 본 것이오. 아옥을 취함으로서 피를 더 이상 흘리지 않고 독곡을 접수 했다는 의미도 있는 것이오"
"무림이 이렇게 무서운 곳이라는 것을 오늘 처음 안 것 같아요..."
"내 피를 마시게 되면 공력의 증진도 있을 뿐만이 아니라 더 이상 늙지도 않을 것이오...그러니 지금부터 내가 주는 피를 마시고 운공 조식을 취하도록 하시오"
"오라버니의 화후에는 이상이 없나요?"
"그 정도의 피를 흘려서는 아무런 지장도 없소... 그리고 무영신투의 무영신공을 수련하도록 하시오"
"내가 무영신투의 절기를 수련하라는 말이에요?"
"옥매는 본래부터 남의 품안을 뒤지는 취미가 있었던 것 아니오?"
"호호 호호 호... 공공문의 문주가 되겠네요"
"그것은 차후에 생각해 볼 문제지만, 공공문의 문주도 과히 나쁘다고는 생각하지 않소... 다만 나는 인간 보다는 아직도 짐승에 가까운지라 음률에 대해서는 전혀 문외한인데, 옥매는 음률에 대해서 아는 것이 있소?"
"이 시대에 사는 여인치고 음률을 모르는 여인이 몇이나 되겠어요...시(詩) 서(書) 화(畵) 음(音)은 기본이 아닌가요"
"그럼 공주나 봉선화도 음률을 안다는 말이 아니오"
"봉선화언니는 알 수 없지만, 공주 언니는 잘 알고 있을 것이에요...왜 그러지요?"
"무영신투가 남긴 비급을 읽어 보니, 무공 이외에도 음률편이 있고, 음공(音功)에 대한 부분이 기술 되어 있어서 배워 보려는 것이오"
"피리나 비파 같은 악기가 있어야 하는데요?"
"무영신투의 신물이라는 피리가 비급과 함께 놓여 있었소"
"피리라면 소녀가 가르쳐 드릴 수 있어요..."
"잘 되었구려...앞으로 한 달만 더 여기에 머무르면서 무공 수련을 하다가, 다음 달 보름달이 뜨거든 사천에 다녀 오도록 합시다"
"연 내에 돌아 올 수 있을까요?"
"왜 벌써 집에 가보고 싶어졌소?"
"집이 어디 있어요? 오라버니하고 같이 있는 곳이 내 집 아닌가요...이 곳에 정이 들어서 빨리 여기로 돌아 오고 싶어서 그래요"
"나도 모든 것을 훌훌 벗어 던지고 벌거벗고 다닐 수 있는 여기가 너무 마음에 든다오... 새해 아침에 떠 오르는 태양을 여기에서 맞이하도록 합시다."
"그러려면 열심히 수련을 해야 하는데, 너무 찌르려고만 하지 말아요"
"낄 낄 낄... 나는 내가 왜 태어 났고 왜 살아가고 있는지 아직도 내 인생을 설계하지 못하고 있다오. 오직 한가지, 지금의 내 인생에 있어서는 사랑하는 사람과 벌리는 정사만이 내 인생을 살아가는 의미인데 찌르지 말라니 말이나 되는 소리요?"
"내가 살아 있는 의미도, 오직 오라버니 한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 뿐이란 말이에요"
"낄 낄 낄... 그러니 사랑을 나누어야 하지 않겠소?"
"이 물 속에서 말이에요?"
"어디면 어떻소...무영신투가 남긴 비급의 일부에는 요술을 부리는 부분이 기록 되어 있었소... 나무 잎이 나비가 되고, 모래알이 꽃으로 변하고, 지팡이가 뱀으로 변하는 등 온갖 요술을 부리는 방법이 수록 되어 있었는데, 이것은 기막힌 신공이었소...내가 그 비밀을 풀고 실체를 파악 한다면 나는 우화등선이라는 무공 최고의 경지에 올라 설 수 있을 것이오"
"그 비급이 그렇게 대단해요?"
"보는 시각에 따라 다르겠지만, 계란 껍질을 상하게 하지 않고 계란 알맹이를 빼 먹을 수 있다면, 흔적 하나 남기지 않고 벽을 뚫고 지나 갈 수 있다는 의미를 가진 것이오...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3차원의 세상과는 전혀 다른 4차원의 세상을 경험 할 수 있다는 말이 되는 것이오"
"오라버니! 너무 그렇게 떨지 말아요...서서히 죽여 주세요... 한 번을 죽어도 다시는 깨어나지 못하도록 아주 죽고 싶단 말이에요"
"안 될 소리! 아주 죽고 나면 나는 어떻게 하라고..."
"오라버니도 같이 죽으면 되잖아요"
"말이 났으니 말인데, 나는 그대들 세 사람을 위해서라면 언제든지 죽을 수 있소... 공주가 위기에 처해 있으면 나는 서슴지 않고 내 생명을 버려서라도 공주를 구해 낼 것이오... 그 것이 공주를 유독 사랑했기 때문이 아니란 것을 알아야만 하오... 아옥이 위기에 처했다면 마찬가지로 내 생명을 내 던질 것이오. 그러한..."
"알아 들었어요 세 사람을 더 도 덜 도 아닌, 공평한 무게로 사랑하고 있으니, 투기를 하지 말란 말이지요?"
"그렇게 꽉 꽉 조이지 말란 말이오..."
"오라버니가 덜덜 떠니까 조일 수 밖에 요..."
"옥매의 조여 오는 신공이 무섭게 발전을 했구려... 잘 못하면 잘려 나가겠소"
"아무려면 잘려 나가기야 하겠어요?"
"그런데, 어떻게 쭉 쭉 빨아들이는 것이오?"
"빤다고요?"
"아니? 의식적으로 빨아 들이는 것이 아니란 말이오?"
"의식적으로 빨아 들여요?... 내가 색마인 줄 아나 봐..."
"으 으 으... 으 으... 나를 죽일 생각이오?"
"호호 호호... 무릎 위에 올라 앉아서 좋은 신공을 수득했나 봐요...죽어요 빨리 죽어요..."
" 옥매 옥매... 으 으 으... 으으...옥매 그만 조이고 그만 빨아 들이란 말이오"
"크 윽... 그만 그만 떨란 말이에요...죽일 작정이에요?... 끄 끄 끄... 끄 윽 끄 윽... 죽어 죽어, 나 죽어...나 죽는다~.... 끄 윽 끄 끄 끄 끄 윽..."
"끄 끄 끄 끄 응 끙....나도 나도 죽소... 끄 끄 끄 응 끙..."
쏟아져 내리는 폭포수의 굉음도, 두 사람의 죽어 가는 소리에 퇴색해 가는 것 같았고, 나무에 앉아 있던 산새들이 놀라서 푸드득거리며 날아갔다. 중천으로 떠 오르려던 태양도 낯 부끄러웠던지 구름 속으로 얼굴을 감추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