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화 60화

토토군 3 208 0 2025.04.07

야화 60화

아직도 불타 오르고 있는 도방과 황갑부네 집을 뒤로 하고 제남으로 향했다. 적사갈은 내 등에 업고, 호리검의 양손을 나와 봉선화가 나눠 쥐고 달마행공(達磨行空)으로 나는 듯 달려 가기 시작 하였다. 호리검은 전력을 다 하고 있지만 달마행공의 반도 시전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만큼 차이가 컸던 것이다.

호리검이나 내 등에 업힌 적사갈은 너무 놀라서 입도 뻥긋하지 못하고 있는데, 달리면서 봉선화가 그들 두 여인에게 엄포를 놓고 있었다.

"놀라고 있는 것 같지만, 이것은 호리검 당신의 수준에 발 맞추느라 반의 반도 실력 발휘를 못하고 있는 것이에요... 인간 차별을 할 생각은 없지만, 오라버니와 공주 언니는 불사지체이며 나와 아옥 동생은 반선지체에요. 그렇지만 우리 두 사람도 곧 선인지체가 될 것이에요... 그러니 우리와 비교 하려는 생각은 하지 말라는 것이지요"

"헉 헉 헉... 동생이 불사지체란 말이에요? 헉 헉 ..."

"화매! 달리는 속도를 조금 늦추도록 합시다"

"그래요... 불사지체에요... 오라버니와 정을 통한 모양이지만, 우리 세 자매 사이에 낄 생각은 하지 말아요...인간 차별을 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살고 있는 차원이 다르다는 것을 알려 드리는 것이에요... 그리고 앞으로 그대들 생활에는 일체 간섭하지 않겠어요. 하고 싶으면 하고 하기 싫으면 하지 않아도 아무도 탓하지 않을 것이에요...불편한 것이 있으면 말 하세요. 불편하지 않게 해 주겠어요... 그러나 우리가 자선사업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니에요" "?...." "?..."

"지금 북경 땅에, 30채가 넘는 건물을 신축하고 있는데, 완공 된 것도 있고 반 년 후에 완공 될 것도 있어요. 그 중 두 사람에게 가장 알 맞는 상점을 넘겨 줄 테니, 스스로 먹고 살 방도를 마련하라는 것이에요... 그래서 제남으로 데려 가는 것이에요"

"낄 낄 낄...쾌도자하고 호리검이 맞붙으면, 호리검이 한 수 정도 아래일 것이오...그 쾌도자의 요리 솜씨가 천하 일품인데, 잘만 배워 두면 북경에서도 이름난 주반점(酒飯店)이 될 것이오... 호리검이 만약 쾌도자에게 시집을 갈 수만 있다면, 아주 잘 어울리는 짝이 될 것 같소. 낄 낄 낄..."

"이 나이에 시집은 무슨..."

"홋 홋 홋... 나이 90에 가까운 여인도 나 죽네 하고 소리치는 판인데, 이제 겨우 50 줄에 접어 들었으면서, 사양할 것 없어요... 마음에 맞는 짝을 찾는다는 것 이상 없다는 것을 알아야지요"

"우리가 동생을 괴롭힐까 봐 그러는 것 같은데..."

"홋 홋 홋... 틀렸어요... 우리 세 자매는 질투나 시기 같은 것은 안 해요. 닳아 없어지는 것도 아닌데, 오라버니가 누구를 찌르던 말던 상관 안 해요... 다만, 그대들 마음에 상처가 남지 않기를 바랄 뿐이에요... 또 하나 호리검이나 적사갈이라는 별호를 바꾸는 것이 좋겠어요"

"내 생각이지만 호리검 누님은 생사검(生死劍), 적사갈 누님은 사생검(死生劍)이라고 했으면 좋겟소"

"생사검과 사생검이 어떻게 다르지?"

"적사갈 누님이 오랜만에 입을 열었구려...생사검은 삶을 먼저 생각하고, 사생검은 죽음을 먼저 생각한다는 차이요... 살아야 한다는 것은, 남의 생명도 소중하게 생각하여야 한다는 뜻이고, 사생검은 죽음을 먼저 생각하는데, 지금처럼, 먼저 죽여 놓고 생각하지 말고, 죽이지 말고 살려 둘까 하는 생각도 하라는 것이오"

"괜히 죽였나? 못되게 구니까 죽였지"

"마교에 있었을 때는 그래도 상관 없었는지 모르지만, 이제부터는 함부로 살생을 하지 말라는 것이오. 두 사람은 이미 남경에서 오늘 밤 죽은 사람이오...앞으로 1~2년은 얼굴을 조금 변용하고 살아야 한다는 것도 잊으면 안될 것이오"

"호호 호호... 그래서 내가 인피면구(人皮面具) 두 장을 가지고 왔으니, 제남에 도착하는 데로 얼굴을 바꿔 줄께 요"

"이것저것 여러 가지로 돌보아 주셔서 감사합니다"

"또 하나 주의를 해 둘 것은, 우리들에 대해서 너무 알려고 하지 말라는 것이에요...될 수 있으면 적게 아는 것이 좋아요... 그냥 자기 할 일만 하면 되는 것이에요...얼굴 모습을 바꾸었지만 당분간은 많은 사람 앞에 나서지 말고, 주방에서 열심히 요리 수업이나 하란 말이에요"

"알아 들었습니다... 일점홍 너는 사부라는 호칭 대신에, 언니라고 부르도록 하여라"

"네 사부님! 어머머... 네 언니..."

훤하게 먼동이 터 오는 시각에 육두주점에 도착을 하였다. 모두가 반기면서도 눈인사만 하고 자기 할 일을 하고 있었다. 육두자만이 뒤 따라 왔다.

"취아선은 어디 가셨소?"

"취선 어르신은 북경에 가셨습니다"

"여기 2~3일 동안 머물다가 우리도 북경에 다녀 와야 하겠소...이 두 여인의 얼굴을 잘 봐 두시오... 그리고 인피면구를 씌워 얼굴을 변용하고 나면, 쾌도자 밑에서 요리 수업을 하도록 해 주겠소?...나이많은 쪽이 생사검이고 어린 쪽이 사생검인데, 생사검하고 쾌도자가 짝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것이 내 바램이라는 것을 육두자가 알아 주었으면 좋겠소?

"알아 들었습니다"

"얼굴을 변용한다는 것은, 될 수 있으면 많은 사람 앞에 나가지 않는 것이 좋다는 것도 알아 두시오... 오오~ 두 사람이 그렇게 변용을 하고 나니 아주 딴판이 되었구려... 육두자가 이 곳 수령이니 육두자가 시키는 대로만 하면 별 탈이 없을 것이오...그럼 가 보도록 하시오... 화매는 나를 따라 옛집에 가 봅시다"

"나도 사부님하고 살았다는 그 집에 데려 가는 거에 요?"

"금전표 하고 같이 사는 집에 가는 것이라오...2년만에 오는 것 같은데 지금도 있는지 모르겠소"

집이 가까워 오자 긴장감이 팽배해졌다. 적과 대결하고 일검을 쳐내기 직전 같은 긴장감이었다. 집 앞 느티나무 위에 두 마리의 금전표가 금방이라도 뛰어 내릴 듯한 기색이었다. 그런데 끄르렁거리며 집 마당 마루 밑에서 늙은 암 표범이 기어 나왔다. 그리고 내 다리에 자기 몸을 비벼 대기 시작 하였다.

"하하 하하... 아직도 나를 알아보는구나... 친구와 같이 왔다...새끼를 또 낳은 모양이구나...나를 알아 보지 못하는 것을 보니..."

봉선화가 머리를 쓰다듬는데도 가만이 있었다. 나무 위에 있던 새끼 두 마리는 어찌 할까 하고 망설이는 것 같았다. 내가 새끼 두 마리와 한동안 시선을 마주치다가 눈길을 돌리니. 새끼들이 나무에서 뛰어 내려 그제야 내게 다가 왔다. 살며시 쓰다듬다가 다독거려 주고 봉선화를 데리고 방안으로 들어 갔다.

변한 것은 하나도 없었지만 거미줄 투성이었고 퀴퀴한 냄새가 베어 있었다. 방문을 활짝 열어 제치고 거미줄을 모두 걷어 냈다. 하룻밤은 잘만 했다. 금전표 새끼들이 봉선화를 끼고 돌았다. 무서워 하면서도 신기해서 금전표를 어루만지며 쓰다듬고 있었다.

"오라버니가 왜 이 산 속을 잊지 못하는지 알 것 같아요"

"하하...자연이란 참으로 좋은 것이오...사냥을 나가, 멧 돼지 한 마리를 저놈들에게 선물 하고 우리는 천당이나 다녀 옵시다"

"호호 호호...음양 합혼대법으로 오라버니의 기를 받아들이고 나면, 배불리 먹은 것보다 백 번 더 좋아요... 멧돼지나 빨리 잡도록 해요...내일 새벽에는 제남의 황금전장에 가서 장부를 조사해야 해요"

"얼마나 걸리겠소?"

"빠르면 하루... 늦어도 이틀이면 조사가 끝 날 것이에요..."

"그 동안 나는 뭘 하지?..."

"여기 친구들이 있잖아요...하루 종일 같이 놀아도 지루하지 않겠는데 뭘 그래요"

"처음이라서 그렇지, 여간 성가신 친구들이 아니라오"

"그런데 왜 잊지 못하고, 여기 생각만 하지요?"

"낄 낄 낄...내 고향은, 여인 다리 밑 하고 여기 뿐이지 않소"

"홋 홋 홋...그래서, 여자 다리 사이를 잊지 못하는 거로군요... 홋 홋 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