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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썰

야화 50화

7 381 0 2025.04.07

야화 50화

 

"맹수는 서로 목숨을 걸고 싸우지를 않소. 어느 한 쪽이 죽는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적당한 선에서 서로 양보를 하고 살아 남는 길을 택하는 것이오"

 "만약 나한진을 펼친다면 어찌 하지요?"

 "상대가 한 사람일 때는 이쪽도 한 사람, 둘 이상일 때는 이쪽도 합벽진을 치면 되오. 그러나 상대방이 승패에 집착을해서 살의를 품는다면, 이 쪽에서는 잠영공으로 그들의 그림자 속에 숨어 들어가면 그 때는 상대방도 어쩔 수 없지 않겠소?!"

 "호호 호호... 끝까지 승패를 보류하자는 말이로군요. 그 동안 배는 어찌 하지요?"

 "천마의 진법은 왜 배웠소? 갈대 밭 사이에 숨겨 두고 간단한 진을 설치해 두면 되지 않겠소?... 승부를 가리지 않는 이유는 원한을 남길 필요가 없기 때문이라는 생각이오"

 "봉황비상(鳳凰飛翔)이란 초식은 끝까지 감춰 둘 생각이군요. 호호 호호..."

 "음양부의 마지막 절초일 뿐만 아니라, 그 초식을 누가 막아 낼 수 있겠소. 함녕은 이 기회에 민심도 살펴 보고, 탐관오리가 있으면 그것도 손을 본다면 일거 양득이 아니겠소"

 황하를 거슬러 올라 간지 엿새만에 개봉까지 왔으나, 둘째 오라비인 한황(漢王) 주고후(朱高煦)의 봉지(封地)가 낙양이니 낙양에 들려, 한왕부(漢王府)에 먼저 들렸다가, 소림사에 들린 다음, 남쪽으로 관통을 하는 낙하(洛河)와 이하(伊河)를 타고 장강(長江)으로 빠지자는 함녕 공주의 의견을 따르기로 하였다.

 큰 오라버니인 황태자는 문약(文弱)한 반면, 둘째 한왕은 힘이 장사였고 몽골 원정 중에도 수많은 공을 쌓아 황제의 사랑을 받고 있었다. 한왕 주고후는 인효문황후(仁孝文皇后) 서씨(徐氏)의 동복 남매지간이었다. 4남인 대왕(代王)고병(高炳)만 소헌귀비(昭獻貴妃) 왕씨(王氏) 소생의 이복 형제일 따름이었다.

 문제는 둘째 오라비인 한왕의 야심이 대단하여, 황태자를 제거하고, 자신이 다음 황제 자리를 노리려다가 발각이 나서 낙양으로 쫓겨 났다는 사실이다. 아직도 그 야심을 버리지 못하고 있는데, 그 동태를 살펴 보자는 의미도 있다고 하였다.

 배다른 동생이 아닌 함녕이 왔으니 한왕이 반가웠 하는 것은 정한 이치였다. 더군다나 함녕 공주의 성가는 요즘 하늘을 찌를 듯 하지 않는가. 편으로 삼을 수만 있다면 그 이상 큰 힘이 없을 것이었다.

 "어떤 바람이 불어 여기까지 나를 찾아 보려고 왔느냐?"

 "무림의 정세도 살필 겸해서, 주유천하를 할 셈으로 나온 김에 여기를 지나게 되어 오라버님을 뵙고 소개를 해 둘 사람도 있고 하여 들렸습니다"

 "오오~ 그대가 내 매제 될 사람이로구먼"

 "아직 육례(六禮)를 갖추지 못하여 정식으로 인사를 올리지 못 했습니다. 천 풍림이라고 합니다"

 "여명황의 대명은 일찍부터 들었지만 이런 준수한 청년인 줄은 미쳐 몰랐네"

 "그럼 오라버님은 내가 쭈그렁바가지 노인네 하고 혼인을 하기 바라셨나요?" 

 "헛헛헛... 그것은 아니다만, 그 정도의 명성을 얻으려면 어느 정도 연륜이 깊어야 하는 것 아니냐?"

 "그럼 함녕도 연륜이 깊어, 한 50쯤 되었겠네요?"

 "그래서 네가 얻은 기연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좀 들어 보자꾸나"

 사흘을 머무르는 동안 군사(軍士)들의 훈련과 대련을 보게 되었다. 화기(火器)는 이미 송대(宋代)에 사용 되었고 명대(明代)에는 보편화 되어 있었다. 이채로운 것은 파법(耙法 = 쇠스랑)이었다. 농민들이 쇠스랑을 사용하여 비적(匪賊)을 물리치던 것이 그대로 군대에서도 사용 되고 있었다는 것이다.

 웅우출진파(雄牛出陣耙) 산문매복파(山門埋伏耙) 번왕도각파(蕃王倒角耙) 직행호파(直行虎耙) 왜란근진파(鎖欄近進耙)의 다섯 초식은, 봉법과 창법(槍法)그리고 검법(劍法)이 잘 어우러진 무술이었다. 그 밖에도 여간해서는 한자리에서 보기 어려웠던 18반 무예를 견식 할 수 있었다는 것이 소득이라면 소득이라고 할 수도 있었다. 

 18반 무예라는 것은, 모(矛) 추(錘) 궁(弓) 노(弩) 총(銃) 편(鞭) 간(鐗) 검(劍) 련(鏈) 과(撾) 부(斧) 월(鉞) 극(戟) 패(牌) 봉(棒) 창(槍) 차(叉)를 개괄하여 말하는 것이며, 이 이외에도 암기로 사용 되는 무기 등 그 종류는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것이다.

 그 중에 특히 눈에 띄는 것은 동영(東瀛)에서 건너 왔다는 닌자술(忍子術)의 일종으로 취시(吹矢)라는 암기 술이, 이 두 사람의 눈길을 끌었다. 입 안에 바늘을 머금고 뿜어 대는데, 적의 눈을 향해서 여섯 개의 바늘이 연속적으로 날아간다는 것이었다. 전혀 예상을 불허하는 암기 술이었던 것이다.

 한왕은 녹림 총채를 공격할 때 사용 하였던 락뇌(落雷)의 수법을 견식 하고자 하였으나, 그것만은 굳이 사양하고 사흘동안 머물었던 한왕부를 빠져 나와 곧바로 봉 파파와 황 노야로 다시 변용을 하였다.

 "어때요? 조금은 얻은 것이 있었나요?"

 "동영의 닌자 술이라는 취시 그 차체는 별 것이 아닐지 몰라도, 그것이 살수들에게 전수 된다면 위력을 발휘할 것으로 보았소. 그 이외의 술법에 대해서는 많은 공부가 되었소"

 "소림사에 들려 보아야지요?"

 "북숭소림(北崇少林) 남존무당(南尊武當)이라고 하는데, 무림인으로 발을 디딘 사람이 소림사를 가 보지 않았다고 해서야 말이 되겠소"

 "호호 호호... 나도 연왕부에만 처박혀 있어서 아직 가보지 못하였는데, 우리 이렇게 변장을 하고 들어 갈 것이 아니라, 본 모습을 하고 들어 가 보는 것이 어떻겠어요"

 "당장 거머리 귀에 들어 갈 텐데 어쩌려고 그러시오"

 "호호... 소림에 나타났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는, 이미 우리는 봉노파와 황노야가 되어 있는걸요?"

 "천면신공은 참 여려 가지로 편리하기는 한데, 악인의 손에 들어 간다면 걷잡을 수 없는 사태가 일어 날 수 있는 역천의 무공이라는 것이 흠이 아니겠소?"

 "우리 네 사람 이외에는 절대로 다른 사람에게 전수하지 않기로 했으니, 큰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에요...봉선화는 내가 철석같이 믿을 수 있고, 아옥 동생도 그만하면 믿음이 가요"

 "말이 나온 김에 소림사에 들렸다가, 남경을 다녀와야 할까 보오"

 "우리 넷이 한꺼번에 뭉쳐서 주유천하를 한다면, 그런 불편은 없을 텐데, 화 동생에게 방도를 생각해 보라고 하셔요"

 "그럽시다...옷을 뒤집어 입고, 소림사에는 우리의 진면목을 들어내고 방문을 해 봅시다"

  연분홍 군삼(裙衫)에 빨간 군대(裙帶)를 허리에 질끈 동여매고. 그 끝을 길게 옆구리에 늘어뜨린 소녀가 머리에는 산호잠(珊瑚簪)을 꽂고 있는데 달 덩이처럼 둥글고 허현 얼굴에 너무나도 잘 어울렸다. 사내는 은은한 하늘 색 장삼에 검고 굵은 허리띠를 둘렀는데, 그 굵고 검은 허리띠가 유약해 보이는 사내를 강인한 남자로 돋보이게 하고 있었다.

 향화객(香花客) 사이에 섞여 두 사람이 불전에서 향화를 올리고 소원을 빌고 나오는데, 손에 때가 덕지덕지 끼고 눈에는 눈곱이 낀 허리 꾸부러진 노 스님이, 사내를 물끄러미 쳐다 보더니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그 놈 애비 얼굴을 빼다 박았네"

 그렇지 않아도 노인의 몸에서 쏟아지는 야수같은 기운에 바짝 긴장을 하고 있던 천 풍림의 귀에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리지 않았을 리가 없었다.

 "노인이 내 아비를 안다는 말이오?"

 "알다 뿐이겠느냐? 네 놈 오른 쪽 발바닥에 세 개의 점이 찍혀 있다는 것도 아는데..."

 "노인은 뉘시오?"

 "흐흐 흐흐... 늬 놈 할애비... 따라 오너라"

 휘적휘적 소림사의 산문을 나서던 노인의 허리가 곧게 쭉 펴지면서, 태실봉을 향해 달리는데 그 경공 솜씨야말로 천하 일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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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Comments
마의sr
감사함당!
현김태개
ㅎㄷㄷ하네요
체게
야하네요
미차미
뿅갑니다
하빈
Good
두둥
@@
아숙카르
오섹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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