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화 56화
야화 56화
배를 타고 상류에 있는 갈대밭을 향해 노를 저어 갔다. 배 중앙에 비바람을 피하고 잠을 잘 수 있는 가옥(假屋)을 세워, 배 안에서 가끔 자기도 한다.
황금전장에는 아옥이 혼자 남아서, 적금산의 마누라 역할과 때로는 독곡의 소공녀로 둔갑을 해, 일인이역을 해 가면서, 귀산신묘 대신에 육두자의 수하 산판자를 부려먹고 있었다. 요즘에는 어쩌다 한 번 들려 정사를 벌이지만, 음양 합혼대법을 펼친 후로는 꼭 음양 합혼대법을 해주기를 바랬다. 그러나 음양 합혼대법은 일 주야가 걸리기 때문에 그리 쉽지가 않았다.
음양 합혼대법을 시행 하려면 궁궐 안에 있는 봉선화를 불러내서, 한 사람이 마님 자리를 지키고 있어야만 가능 했고, 한 번 시작 했다 하면 이틀이 걸려야만 했다. 그런데다가 반선지체가 된 후로는 그녀들도 예전처럼 그렇게 보채지를 않았다.
갈대밭 깊숙히 배를 몰고 들어가서 닻을 내렸다. 품 안에 야광주가 있었지만, 너무 밝을 것 같아서 황촉에 불을 켰다. 배 안이 밝아졌다. 바닥에 호피 한 장이 깔려 있을 뿐이었다. 목침 위에 황촉을 세웠다. 흔들리는 황촉 불에 비친 적사갈의 얼굴이 관음보살처럼 예뻐 보였다.
"조용한 곳으로 왔소...이제 뭘 어쩌면 되는 것이오?"
"이 자식아! 분위기 잡지마!...누가 분위기 잡으려고 조용한 곳으로 가자고 했니?"
"나는 또... 김치 국 먼저 마셨구려"
"마교에서는 금가면 이야기는 금기 사항이야... 자칫 잘못 입을 놀렸다가는 그 날로 황천 길이야..."
"그런데 누님은 그런 무시무시한 마교에는 왜 몸담고 있는 것이오?"
"부모가 마교에 몸담고 있었고, 마교에서 태어 났으니 어쩔 수 없잖아"
"그럼 부모님이 지금도 마교 안에 살아 계시오?"
"아 아~니~ 부모님이 살아 계셨다면 내가 이 꼴을 하고 돌아다니게 가만 놔 두셨겠어?"
"그럼 사부라는 사람과 함께 있겠구려"
"호리검(狐狸劍) 여순정(呂順廷)이라는 무서운 할멈이야"
"낄 낄 낄... 누님도 참 바보구려...나를 보 슈... 할아버지 할머니 모두가 마교에 몸담고 있었지만, 나는 이렇게 자유롭지 않소... 그깐 마교는 뛰어 나오면 되지 않소"
"동생이 몰라서 그래... 이탈자는 지옥 끝까지라도 쫓아 간단 말이야"
"그런데 여명부와 석양부는, 마교를 뛰쳐 나와 마교를 상대로 싸우고 있다는데 그건 어찌 된 것이오?"
"우호법 좌호법이 워낙 강한데다가, 음양부의 전설이 이루어졌다는 소문이 파다하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것 아니겠어?"
"그럼 음양부를 찾아가 보지 그러오"
"누가 나같은 것을 받아 주기나 하고 믿어 주기나 할 것 같아...녹림 총채를 단 두 사람이 때려 부셨다는 소문이 나 돌면서 마교에서는 전전긍긍하고 있단 말이야"
"내가 다리를 놓아 줄 테니 한 번 만나 보겠소?"
"동생이 음양부의 주인을 안단 말이야?"
"내가 말 할 때는 뭘 듣고 있었소... 우호법 좌호법 외에도, 할아버지 할머니가 금가면을 호위하고 있었다는 말을 못 들었소?"
"그런데 왜 서로 등을 지게 되었지?"
"대명제국을 건국할 때 마교가 일등 공신이었다는 것은 누님도 알 것이오. 그런데 홍무제는 25년이 지난 홍무 25년에, 건국공신들을 반역 죄인으로 몰아서 모두 잡아 죽였소. 그 때 마교에서 들고 일어 나려는 것을 교주인 금가면이 못하게 제지하여, 마교가 둘로 분열을 한 것이오"
"그랬었구나... 마교에 몸담고 있는 나보다도, 동생이 더 잘 알고 있잖아"
"누님! 누님은 지금 무엇을 제일 원하오?"
"그야 자유지! 아무런 제약도 받지 않고 내 멋대로 하고 싶어"
"누님을 음양부의 주인에게 소개를 해 주고 싶어도, 누님이 그럴 만한 공로를 세워야 내가 소개를 해 줄 수 있겠는데, 누님 위치에서는 어렵겠구려"
"어떤 공로를 세우면 되는데 그래? 마교에서 몸을 빼 낼 수만 있다면 무슨 짓이라도 하겠어"
"낄 낄 낄...누님은 사부라는 호리검에게 핍박을 받고 있구려"
"그 놈의 할망구가, 날이면 날마다 내 팔뚝에 있는 수궁사를 조사하고, 만약 수궁사가 없어지기라도 한다면, 그 날로 죽이겠다고 하니, 나이 스물 넷이 되었는데도 시집도 못 가고 있잖아"
"시집은 가고 싶은 것이오?"
"이 자식아! 나이 찬 여자치고 시집가기 싫다는 여자도 있다던?"
"여자들은 시집을 가라고 하면 모두가 싫어 싫어 그런 다는데?"
"이자식아! 내숭을 떨고 있다는 것도 모르겠니?...암컷이 수컷을 그리워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가 아니냐?"
"그럼 내가 수컷이 되어, 누님을 뚫어 보면 안 될까?"
"내일 죽어 있는 내 꼴을 보려면 뚫어도 좋아"
"낄 낄 낄...귀령자와 무영자의 손자를 만나서, 귀령자와 무영자의 소식을 캐내느라고 뚫렸다고 말하면 될 것 아니겠어...그리고 몇 번만 더 뚫리고 나면, 무영자의 손자를 마교에 끌어들일 수가 있다고 하면, 오히려 칭찬을 할 꺼야"
"그럼 동생이 정말 마교에 들어 올 꺼야?"
"누님이 죽지 않으려면 그럴 수 밖에는 업겠지만, 누님을 마교에서 빼 내려다가 오히려 나까지 마교 인물이 되어서야 되겠어?"
"그럼 어떻게 한다지?"
"사부라는 호리검 여순정을 잡아 죽이면 되겠구려"
"아무리 밉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사부인데... 그리고 그렇게 호락호락 하지 않단 말이야...동생 실력을 무시하는 것은 아니지만, 동생 실력으로는 좀 무리야"
"언제 어디에 호리검이 나타날 것이라는 것만 알면, 내가 여명부에게 부탁을 하면 되는데..."
"내가 북문파에 소속 되어 있는 것으로만 알지, 내가 마교에 소속 되어 있는 것을 아는 사람은 세 사람 밖에 없는데..."
"그럼, 사부 아닌 다른 두 사람을 처치해 버리면 되겠구려"
"그렇게만 할 수 있다면 나는 자유의 몸이지"
"누님을 이용해 볼까 했는데, 누님은 아는 것이 너무 없소...내일 호리검 여순정을 불러내 주겠소?...그럼 내가 장담을 하고 누님을 자유로운 몸으로 만들어 주리다"
"나를 이용하려고 했다고?... 정말 자유의 몸으로 만들어 주겠니?"
"물론이오... 오늘 들은 이야기를 사부에게 하고, 내가 합작을 하잔다고 전해 보 슈"
"귀령자와 무영자의 손자가 합작을 하자고 하는데 거절이야 하겠어?...그럼 어디에서 만나지?"
"내 배 안에서, 단 세 사람이 앉아서 의논을 해 봅시다"
"그러고 나서 나를 언제 뚫어 줄건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