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화 57화
야화 57화
다음날.
정오에 복래도방으로 나가자, 적사갈이 50대 초반의 부인과 나란히 서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할멈이라고 해서 늙은 노파인줄 알았는데 제법 곱상하게 생긴 중년 부인이었다. 흠이라면 쭉 째진 가느다란 눈이었다. 왜 호리라고 하는지 알만했다. 왼 손에는 검을 들고 있었다.
나는 눈짓을 하고 강가로 걸어 나갔고 내 배 위로 올라서서 노를 집어 들었다. 두 사람이 배에 올라타고, 가옥 안으로 들어간 것을 확인한 나는 배를 상류의 갈대 밭 안으로 몰고 들어가 닻을 내렸다. 호리검의 일거수일투족을 살펴 본 결과 상당한 검의 달인이었다. 조심스럽게 가옥 안으로 들어가 호리검과 마주 대하고 앉았다.
검을 왼편 무릎 옆에 내려 놓았는데, 여차하면 뽑아 들 기세가 역력 하였다. 겉 보기 보다는 날카롭고 실력도 대단해 보였다.
"낄 낄 낄... 누님이 말하기를 사부가 미인이라고 하기에 믿지를 않았는데, 정말 미인이십니다"
"어제 사갈에게 한 말이 모두가 사실이냐?"
"사갈 누님이 사부 누님에게 뭐라고 말 했는지는 모르지만, 사갈 누님이 거짓말을 보태지 않았다면 모두가 사실이오"
"어린 놈이 너는 아무에게나 누님이라고 하느냐?"
"그럼 할머니라고 부르란 말이오?" "이 놈이?..."
"누님! 이 놈 저 놈 하지 마 슈... 이래 보여도 한 문파의 수장이 될 사람이란 말입니다...누님이 제법 달인의 경지에 도달 했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멀었소... 귀령자와 무영자는 금가면을 호위하던 무공의 달인들이오...그 두 분의 절기를 수련한 나를 너무 무시하는 것 같구려...시험해 보시겠소?"
말이 끝나기 무섭게 번쩍 하더니, 어느 틈에 검을 집어 들고 어느 틈에 뽑아 휘둘렀는지 모를 만큼 재빠른 솜씨였다. 그러나 그림자만 베고 말았다. 호리검이 떼그르르 땅바닥을 굴렀다. 내가 호리검의 등에 찰싹 달라붙어 있었던 것이다. 등에 붙은 나를 떼어 내려고 땅바닥을 구른 것이다. 제법이었다.
"낄 낄 낄...이제 알겠소? 누님을 죽이려고 마음 먹었다면 열 두 번도 더 죽일 수 있었소"
"나를 어쩔 생각이냐?"
"설마 엎어 놓고 찔러 보자고 야 하겠소... 이제 허수아비 노릇은 그만 하란 말이외다"
"허수아비 노릇?"
"누님이 마교에서 하고 있는 일이 뭐가 있소? 시키는 일이나 하는 강아지 같은 존재가 아니오?"
"뭐야? 강아지 같은 존재?..."
"그렇지 않구요...누님이 뭘 얼마나 알고 있소?...무림을 제패 하겠다는 야욕으로 살살 준동을 하고 있는데, 그런 사실을 알기나 하오?"
"뭐야? 무림 제패?... 홋 홋 홋... 무슨 엉뚱한 소리냐?... 지금 음양부의 주인이 녹림 총채를 박살내서 그것 때문에 전전긍긍하고 있는데 무림 제패라니..."
"낄 낄 낄...겉 보기에만 전전긍긍하고 있을 뿐이오...황실의 왕자를 끌어 들여, 왕자는 왕위를 찬탈하고 마교는 무림을 지배하겠다는 야욕에 들 떠 있단 말이오... 막상 싸움이 일어나면 누님은 화살받이에 불과하단 말이오"
"그게 정말이냐?"
"누님은 석양부의 주인이 누구인지나 알고 있소?"
"그것을 확인하기 위해서 남경에 와 있는 것이 아니냐"
"낄 낄 낄...그러니까 강아지란 말이외다... 마교의 수뇌들은 석양부의 주인이 둘째 공주인 함녕 공주라는 것을 벌서 알고 있단 말이오"
"말괄량이 공주란 말이냐?..."
"그렇소...여명부의 주인이 나와는 깨복쟁이친구라면 믿겠소?"
"... 그래서 나에게 무엇을 원하느냐?"
"내가 바라는 것은, 두 사람 모두 마교에서 발을 빼라는 것이오... 만약 발을 빼겠다면, 누님이 원하는 것을 세 번은 들어 줄 수 있소"
"왜 우리 사제에게 선심을 쓰는 것이냐?"
"적사갈 누님하고는 도방에서 친구처럼 친해졌소...그런데 싸움이 일어나면 가차없이 죽여야만 하는데,차마 그럴 수가 없구려... 사부인 누님 허락 없이는 사갈 누님도 발을 뺄 수 없다는 것은 자명한 이치가 아니겠소? 그래서 사부 누님을 보자고 한 것이오"
"만약 내가 싫다고 한다면?..."
"억지로 권하지는 않겠소...다만 사갈 누님 한 사람만이라도 발을 뺄 수 있게 해 주었으면 고맙겠소"
"그것도 싫다고 한다면?..."
"말을 물가에 끌고 갈 수는 있지만, 말에게 억지로 물을 먹일 수는 없는 것 아니겠소?"
"호호 호호...대단한 자신감이구나...내가 원하는 것은 세 번 들어 주겠다고 했는데, 정말이냐?"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이 있소...서로에게 이익이 되는 일이라면 힘껏 해 보리다"
"우리 두 사람의 생명을 보장 할 수 있겠느냐?"
"금 5백 냥이면 얼마든지 숨어 살 수 있을 것이오... 천마나 지마처럼 말이오?
"천마와 지마를 알고 있다는 말이냐?"
"년 전에 만나서, 천마와 지마의 절기를 전수 받았다오"
"마교가 둘로 분열 되었다고 하더니, 정말 그 뿌리가 깊구나... 이 나이에 산 속에 틀어 박혀 숨어 살 수는 없는 것이고, 발을 빼자니 추격이 심할 것이고..."
"그냥 마교에 몸을 담고 있는 것도 한 방법이오...그리고 언제든지 도와 달라고 하면 도와줄 수 있소... 일일이 따라 다니며 호위를 할 수는 없지만, 안전한 장소를 원한다면 그런 장소를 제공해 줄 수도 있소"
"그렇게 해서 네가 얻는 이득은 무엇이냐?"
"처음에는, 사갈 누님을 이용해서 정보를 얻을 생각을 했었지만, 아는 것이 너무 없고, 기밀을 알아 내려고 하면 위험한 지경에 처할 것이 빤하지 않소...그래서 이득을 얻을 생각은 버렸소"
"좋다. 사갈이 내 제자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마교 안에서도 두 사람 밖에 없다. 그 두 사람을 처리하고 나면 적사갈을 풀어 놯 주마"
"낄 낄 낄...그 두 사람을 데리고 나들이를 나가서, 음식을 먹도록 하시오...쥐도 새도 모르게 내가 처리를 해 주겠소"
"독을 쓰겠다는 말이냐?"
"나만큼 독을 아는 사람도 없을 것이오?"
"나 혼자 살아 남는 다는 것도 이상하지 않겠느냐"
"그럼 내가 살수 한 사람을 보내리다. 누님이 겪어 보면 알겠지만, 기막힌 솜씨 외다. 복잡하게 나들이를 나갈 것이 아니라, 집에서 단칼에 죽어 없어지도록 하리다"
"그래만 준다면, 적사갈을 풀어 주겠네"
"누님도 가끔 나와 만나지 않겠소? 그래야만 한 번 뚫어 볼 기회가 생기지 않겠소 낄 낄 낄..."
"망칙한 소리를 다 하는구먼..."